가거도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의 섬으로,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소속돼 있다. 중국과 국경을 가까이 두고 있어 '중국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섬'이라고도 한다.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45km 떨어진 지점에 있어, 쾌속선을 타도 족히 4시간 이상 걸린다.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진 탓에 6.25전쟁도 모르고 지나갔다. 예전에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가가도로 부르다, 1896년부터 '가히 사람이 살만한 섬'이란 의미의 가거도로 부르고 있다. 홍도와 만재도로부터 올라오는 생선들의 이동통로라 수산자원이 풍부하며, 섬의 절반 이상이 후박나무로 덮여 있다.


지난해 여름이었다. 우이도에 갔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4시간 둥둥 배를 타고 달려 낯선 섬에 내렸다. 드넓은 모래사장,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며 걸었다. 길을 걷는 내내 마음속 파도가 잔잔해졌다. 주민들을 만났다. 주민들은 가끔 손님을 따라 뭍으로 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고 했다. 언덕 위에 올라 내려다보이는 절경에 놀랐다. 배를 타고 4시간을 넘게 나아가도 외국이 아니라는 사실에 더 놀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여름이 시작이었다. 그 여름부터 지금까지 주위에 섬을 두고 살고 있다.


<매거진 섬>의 첫 목적지로 국경의 섬 '가거도'를 정하고 걱정을 했다. 가거도처럼 먼 바다 섬에 갈 때는 늘 배가 뜨지 않을까 두렵다. 항구까지 갔는데 배가 뜨지 않은 경험. 섬에서 나가야 하는데 배가 뜨지 않은 경험들이 그런 두려움을 만들었다. 다행인지 가거도 취재에서는 바다가 고요하다는 의미로 '장판 같다'는 말을 배워 써먹었다. 며칠 다녀가는 사이에도 이런 마음이 드는데 섬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힘들다, 불편하다 이야기를 듣는 것과 겪는 것 차이를 다시 알았고 다시 생각했다. 


가거도에는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흑산면사무소가거도출장소라는 긴 이름 아래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가 도움을 구했다. 도움을 얻기로 하기 1톤 트럭을 얻어 탔다. 1구에서 2구로, 2구에서 3구로 가는 내내 가파른 산을 덜컹덜컹이며 갔다. 일을 위해 왔지만,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 마음이 들떴다. 자연스럽게 창문을 열고 시원한 공기를 마셨다.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아, 이 일 시작하길 잘했다." 생각했다.


마을회관에 인터뷰를 위해 갔을 때는 할머니 하소연을 들었다. 최신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해 비싼 거 다 필요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어쩌면 <매거진 섬> 작업을 통해 잘 모르는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연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소연을 듣고 과일을 얻어먹고 옛날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섬에 가면 몸은 조금 고달파도 마음이 편하다. 섬에서는 어른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마음이 편해지고, 그 어른이 가진 지혜를 얻고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함께 <매거진 섬>을 만드는 에디터들도 섬을 오고 가는 사이에 잠깐이나마 마음을 회복하길 바랐다.


섬, 섬, 하면서 북한에 있다는 섬이 궁금해졌다. 언젠가는 북한에 있는 어느 아름다운 섬을 다룰 수 있으면 한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편집장 박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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